공시가격, 왜 올리는 거에요?
정부가 올해부터 공시가격을 올리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공시가격, 즉 공시지가는 집이나 땅에 정부가 매기는 가격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낼 때나 각종 재개발사업 때 보상 기준이 되는 가격쯤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좋은 것이 아닌가요?
1.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란?
공시가격은 건설부의 기준시가, 국세청의 기준시가, 내무부의 시가표준액 등 여러 개로 나누어진 지가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지가공시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되었습니다.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서, 정부가 인정한 공식적인 부동산의 가격이 바로 공시가격입니다. 토지를 대상으로 하면 공시지가라고 부르고, 땅 이외의 건물이나 주택, 상가를 대상으로 한 것을 공시가격이고 부르는데요.
토지를 대상으로 한 공시지가는 다시 '표준지 공시지가'와 '개별 공시지가'로, 주택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정부가 직접 부동산에 대해 가격을 정하는 이유는 부동산의 가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정부는 주기적으로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발표해 과세를 위한 기준을 정하게 됩니다. 부동산의 가격을 정할 때는 투기적인 요인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하게 되며, m²당 가격으로 표시합니다.
따라서 실거래가란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을 말하는 것이고,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한 부동산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2. 공시가격 결정 방법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표준지'와 '개별'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개별 공시가격이라는 것은 모든 토지와 건물에 대한 각각의 고유한 공시가격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넓은 국토를 제한된 인력으로 모두 전수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바로 표준지 공시가격입니다.
토지는 약 50만 필지, 주택은 약 20만 호를 표준 토지와 표준 주택으로 선정하여, 국토교통부가 감정평가사나 한국감정원에 의뢰하여 가격을 조사합니다. 이 조사 결과를 '중앙 부동산 가격 공시 위원회'에서 심의한 후 결정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표준 공시가격이 되는 것입니다.
개별공시가격의 조사는 시군구청장이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나 표준 주택가격을 근거로 해서 공무원들이 직접 전수 조사를 합니다. 그 뒤, 그 결과를 가지고 시군구에 있는 '부동산 가격 공시 위원회'가 심의해서 결정을 내립니다.
따라서 국토부에서 표준지 공시가격을 올리면 이를 근거로 작성하는 개별 공시가격도 올라가는 그런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실거래가격과 공시가격의 상관관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할 때, 공시가격을 위한 조사는 주택은 매년 4월 30일, 토지는 5월 31일에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하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시장의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변함없거나 오히려 하락한 지역에서는 공시가격이 어느 정도 실거래가를 반영하고 있지만, 강남이나 제주도 같이 이상 급등 현상이 일어난 곳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40~60% 정도 수준인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항상 공시가격은 늦게 계산되니까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세금문제입니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는 말은 세금 또한 실제보다 적게 내고 있다는 말입니다. 공시가격을 갑자기 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리면 재산세와 종부세 또한 갑자기 올라가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단순히 세금이 문제라면 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세율을 떠나서 자기가 소유한 부동산의 실제 가치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문제는 이것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평생 일해서 달랑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4. 공시가격과 건강보험, 기초연금
공시가격이 세금을 매기고 공공사업으로 부동산을 수용할 때 보상 근거로만 적용이 되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개인의 재산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이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집 한 채를 가지고 기초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노인분들도 공시가격이 올라버리면 기초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위 30%는 안주거든요. 건강보험 역시 공시가격의 인상분에 따라 같이 인상될 수 있습니다. 재산이 늘었다고 판단하거든요.
세금 문제보다는 사실 이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산세로 걷는 세금보다는 건강보험료나 기초 생활 보장에 대한 여러 가지 보상금들이 훨씬 더 줄어들게 되는 거죠. 세금을 더 내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불이익이 있으니 여기서 조세저항이 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과연 몇 퍼센트로 인상해야 하느냐! 여기에 고민이 있습니다.
5. 이의신청
정부가 4월 말이나 5월 말에 공시가격을 계산해서 공시를 하면 이의 신청을 받습니다. 공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시가격을 높여 달라 혹은 낮춰달라고 이의 신청을 하면, 그 이의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정부가 그 이의신청을 수용하든지 혹은 기각합니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조회하려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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