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숙취해소음료, 한국 나이, 온돌, 식당호출벨, 이태리타월, 전세.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세제도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돈을 주고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얻다니요. 게다가 임차 기간이 끝나면 다시 돈을 돌려주고... 그럼 집주인은 다시 내줄 돈을 왜 자기 집을 줘가면서까지 세입자에게 전세를 주는 것일까요? 돈이 필요하면 집을 저당 잡히고 대출을 받지? 그리고 세입자는 무엇을 믿고 자신의 전 재산일 수도 있는 거금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는 의문투성이인 전세제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1. 전세제도의 유래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려 시대 귀족들은 급전이 필요한 자작농들에게 논밭을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를 '전당'이라고 하였습니다. 전당은 조선 시대가 되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가사전당'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다만 전당과 가사전당은 엄밀히 말하면 담보물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금전대차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세제도로 발전하게 된 것은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입니다.

 

전세제도가 나타난 것은 1876년에 일본과 맺은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무렵입니다. 3포 개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약으로 부산, 인천, 원산이 개항되고, 농촌인구가 한양으로 몰려들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값의 반 정도 되는 가격으로 1년간 임차하는 전세제도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자 주택난이 심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세제도는 완전히 한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전세 제도의 운명
전세 제도의 운명

 

2. 전세의 장단점

 

전세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전세는 집을 구매하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임차한 뒤,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하였습니다.

② 어차피 남의 집을 빌린 것이므로 집을 수리하는 등의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③ 세금도 내지 않죠.

④ 또한 살던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이사갈 수 있습니다.

⑤ 주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걱정이 없구요.

⑥ 제일 중요한 것은 다달이 내는 돈이 없어서, 가처분소득이 월세에 비해 많다는 점입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죠

 

① 제일 큰 단점은 계약 기간 동안 돈이 묶인다는 점입니다. 내가 받을 이자를 집주인에게 주고 있는 셈입니다.

② 또한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걱정을 주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말이죠.

③ 주택 가격이 올라도 내 것이 아니므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④ 집에 못 하나 마음대로 박지도 못하고요.

⑤ 혹시 주인집과 같이 사는 전세라면 젖먹이가 있어서도 안 됩니다.

 

전세계약으로 집을 양도하는 그림

 

3. 전세제도는 이제 끝나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세제도는 집주인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제도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을 내어주고 세입자에게 돈을 빌려서, 나중에 이사 나가면 그 금액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전세이니까요. 그런데도 이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집주인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에서만 보면 '갑'은 집주인이니까요.

 

앞에서 본 전세제도에서 집주인이 이득을 취하려면 집의 사용 대가로 빌린 전세보증금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야 합니다. 그 이익은 크게 보면 돈을 투자해서 얻는 이익과 집값 상승으로 인한 차익입니다. 70~80년대 고도성장기의 은행이자는 10%대였습니다. 은행에 5천만 원을 맡기면 1년 후에 적어도 5백만 원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면 전세보증금을 가지고 다른 집을 또 사는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집값이 올라가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챙깁니다. 이처럼 전세제도는 고도성장이 계속되고 이에 따라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을 밑바닥에 깔고 가야 성립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이제 고도성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매년 7~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며 두 자리 숫자의 이자를 지급할 수 없습니다. 은행 예적금이자는 연 3%대이며,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5천만 원을 저금해봤자 1년에 150만 원 이자 받기도 힘듭니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아 얻은 이익을 정부와 나누어야 하고요. 노다지를 얻을 것이라 기대했던 재개발사업도 이젠 별로입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빌린 돈으로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점차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에서 점점 더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때 갭투자의 유행으로 전세가 다시 부활되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전세는 앞으로 없어질 운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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