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은행이 있습니다. 100만 원을 저금하려고 하는데, 한쪽은 1년에 이자를 1.75% 지급하고 다른 쪽은 2.25%를 준다면, 당신은 어디에 저금하시겠습니까?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아마 이자를 많이 주는 쪽을 선택하실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75%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는 2.25%입니다. 지금도 0.5%의 금리 차가 있는데, 조만간 미국은 기준금리를 2.5%로 인상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위의 사례처럼 돈이 미국으로 전부 흘러 들어갈까요?'

 

 

 

 

1. 선도거래를 통한 환율 헤지

 

우리는 돈이란 금리가 높은 곳을 향해 움직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경제시스템이라는 조건에서 말이죠. 이것이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에 민감해하는 이유입니다. 외국자본이 빠져나갈까 봐서요. 그런데 실상은 한미 간 금리가 0.5%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금리가 싼 우리나라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확정 이자가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1년 만기 국채금리는 2.7%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대략 1.8~1.9% 정도 되고요. 미국이 1% 가까이 이자가 높습니다. 이 말은 1천억 원을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투자한다면 미국에 투자한 쪽이 10억 원을 더 벌어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면 전부 미국에 투자하면 되지, 우리나라에 자금을 가지고 올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투자한다는 것은 금리 차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환율입니다.

 

환율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글로벌 투자자금들의 규모로 볼 때 1% 금리도 무시 못 할 수준의 금액입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본능적으로 환율변동에 아주 민감하여 어떡해서든 환율 헤지를 하려 합니다. 그래서 외국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뒤의 환율을 확정하여 미리 거래하려고 하는데 이를 '선도거래'라고 합니다. 선물거래와 유사한 선도거래를 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을 헤지하여 위험을 방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1억 달러(1천억 원)를 가지고 와서 달러당 1,140원에 환전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투자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는 시점에 환율이 올라버리면 투자자의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래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시점에 외국인 투자자는 환율 헤지를 위한 선도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환전한 그 날의 1년 뒤 선물환율이 1,120원이라고 한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환율 헤지를 함과 동시에 오히려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보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외국 자금이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리나라로 유입됩니다.

 

2. 선도거래가 가능한 이유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거래할 상대방이 있다는 말입니다. 즉, 1년 뒤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선도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에 달러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금리가 높고 달러의 투자 수익도 높다면, 당연히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이익입니다. 이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나서 1년이 지나 수익금을 국내로 가져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합니다. 이들 역시 환율 헤지의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선도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도거래의 결과 약 3.5%의 수익을 확정지었습니다. 투자하기도 전에 이미 3.5%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 20015년에는 이런 프리미엄이 없었는데요.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투자할 때 프리미엄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외국인이 프리미엄을 얻기 시작했고요. 만약 지금의 이 프리미엄이 없어지면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 자금의 이탈 여부를 분석할 때 금리 차만 보면 안 되고,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했을 때 총 기대수익과 환율 프리미엄을 같이 봐야 합니다. 참고로 외국인 자금이탈을 걱정할 때는 2014년도였고, 지금은 이 프리미엄이 자꾸 확대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참고: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2018년 12월 19일

 

 

[라디오 속 생활경제/금융] - 금리와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 (12편)

 

금리와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 (12편)

지금까지 살펴본 금리를 투자관점에서 잘 설명한 이론이 있습니다. 헝가리 태생의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만든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 바로 그것입니다. 코스톨라니는 파리에서 주식

ecodang.tistory.com

 

 

[라디오 속 생활경제/금융] - 금리 인상기에 할 수 있는 재테크

 

금리 인상기에 할 수 있는 재테크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도 머지않아 올라간다고 보면, 이제 시중금리는 본격적으로 올라간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금리 인상 시기에 할 수 있는 재테크가 무엇이 있

ecoda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