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과 장사꾼은 같은 거리를 걸어가더라도 다른 것을 본다고 합니다. 노래방을 하는 사람은 노래방 간판만 보이고, 식당 하는 사람은 식당 간판만 본다네요. 그리곤 생각을 합니다. '저 위치가 좋은 위치인가?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지? 주변에 딴 건물은 뭐가 있나?' 장사꾼의 내공에 따라 사고의 깊이는 달라지겠지만, 이런 점은 확실히 일반인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중요한 업종에 있는 장사꾼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문제는 창업의 고수라 하더라도 상권 보는 것은 힘든 작업입니다. 하물며 창업 초보는 더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막막한 심정으로 거리를 헤맬 따름이죠. 시중에 나와 있는 책에서는 '유동인구 많은 곳을 찾으려면 노점상이나 분식점이 많은 곳을 찾아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야 하겠습니다. '파리바게뜨를 찾아라'고 말이죠!

 

 

 

 

1. 파리바게뜨는 왜 횡단보도를 선택했는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침이나 점심때보다는 저녁에 더 많은 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택가에서 장사하기 위한 적당한 자리를 찾을 때는 퇴근길에 있는 가게를 찾아라고 합니다. 파리바게뜨 또한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퇴근길과 출근길의 동선에서 입지를 선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왜 횡단보도일까요?

 

횡단보도는 아무 곳에나 설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통행량이 많은 곳에 설치합니다. 그리고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때 뒤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빵냄새가 사람들을 유혹한다면... 파리바게뜨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횡단보도는 좋은 자리일까요? 횡단보도 근처에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선에서 10m만 비켜나 있어도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유동인구가 많지만, 장사가 안되는 상권도 그러합니다. 이것들은 소위 흐르는 자리, 즉 쳐다만 보고 지나가는 자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리바게뜨는 흐르는 자리가 아니라 모이는 자리를 찾아 입점한다네요. 그래서 횡단보도, 정류장, 주차공간은 물론, 병원이나 관공서, 초등학교, 지하철 입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파리바게뜨의 상권 분석 전략은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표적인 분식 프랜차이즈인 아딸의 입점 전략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경수 아딸 전 대표에 따르면 아딸의 입점 전략은 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마을의 초입, ② 횡단 보도 앞, ③ 파리바게뜨 옆이라고 합니다.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출처 : 다음 로드뷰>

 

2. 스타벅스

 

파리바게뜨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입점하는 업체는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적으로 매장을 입점시키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스타벅스가 있다면 유동인구가 많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어떨 때는 스타벅스 때문에 없던 유동인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근에 스타벅스가 입점한다면, 근처 상인들은 '야호'를 마음속으로 외칠지도 모릅니다.

 

초창기 이디야도 스타벅스가 입점한 옆자리에 출점하는 '서브 스트리트' 전략을 썼습니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의 검증을 거친 자리이므로, 이 전략은 초기 이디야가 자리를 잡는데 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디야는 이후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맛으로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후 출점전략을 달리해 지금은 '스타벅스 옆 이디야'가 아닌 '나 홀로 이디야'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이렌이 그려진 스타벅스 로고로 만든 간판
사이렌이 그려진 스타벅스 로고로 만든 간판

 

3.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맞수라고 할 수 있는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보다 10년 늦은 후발주자입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횡단보도 근처는 파리바게뜨가 선점해 있고, 뚜레쥬르는 이를 피해 근처 동선상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키뉴스(http://www.kinews.net/)에 따르면, 지금은 대기업의 경우 동네 제과점의 500m 반경 안에는 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피해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상권에 입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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