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의 리더십, 무엇이 특별한가?
'쌀딩크'라는 말을 아십니까? 쌀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인 베트남의 히딩크를 줄여서 만든 신조어입니다. 바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선두권으로 단숨에 도약시켜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어떤 면이 잠자던 베트남을 깨웠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
전남 드래곤즈 시절, 박항서 감독은 호랑이 감독님이라고 불렸습니다. 경기장에서나 훈련장에서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탓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그러나 훈련이 끝나면 인자한 아버지로 돌아가는 반전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포용의 리더십이 베트남에서도 발휘되었습니다.
정작 박 감독 본인은 자신에게는 그런 리더십이 없다며 그저 진정성 있게 선수들을 대하려 했고, 말이 통하지 않아 스킨십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모습은 점차 베트남 현지에도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선수인 딘트 트롱은 '평소에는 엄하시지만 경기장을 벗어나면 가족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대해준다'며 인스타그램에 소개글과 함께 박 감독이 마사지를 해주는 사진을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박 감독 말씀대로 특별한 리더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먼저 솔선수범하려 노력한 자세가 선수들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과학적인 체력 진단
베트남에 처음 취임했을 때 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어 박 감독 본인이 직접 체력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상체 근력이 약하고 체지방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는데요. 박 감독은 상체 근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실시함과 동시에 쌀국수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쌀국수는 베트남의 일반적인 아침 식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고 보고 식단을 고기와 우유, 달걀이 포함된 고단백 식단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 선수의 체력은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3. 현지화 전략, 베트남을 존중하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축구 준결승전에서 베트남 국가가 나올 때 왼쪽 가슴에 손을 얹은 박항서 감독을 보셨을 것입니다. 베트남 일간지에서도 이를 두고 '지금까지 베트남 국가가 나올 때 가슴에 손을 얹는 외국인 감독은 한 번도 없었다'며 기사를 낼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박 감독의 현지화 전략의 일환입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철저하게 베트남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나 관습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다고 하네요. 베트남의 문화나 관습이 우리의 것과 충돌할 때는 일단 한발 물러나서 시간을 갖고 이해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4. 자신감 불어넣기
박항서 감독의 명언인 '고개 숙이지 마라!'란 말이 나온 배경은 이렇습니다. 2018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베트남은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만, 우즈베키스탄에 2대 1로 아깝게 지는 바람에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날은 눈이 내리는 등 날씨도 베트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전까지 베트남 선수 중에서 눈을 직접 본 사람이 2명뿐이었으니까요.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에서 베트남 선수들은 풀이 죽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격려합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너희들은 충분히 기뻐할 자격이 있다. 우리들은 베트남 축구의 전설이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
선수들에게 내재해 있는 패배 의식과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꿈으로써 베트남을 결승까지 올라가는 팀으로 변모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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